연작산문

창동인블루5-2-6

jhkmsn 2017. 1. 11. 07:42

                  6.

백색그림, 에스키스, 소묘, 크로키. 몽마르뜨르.부산시립미술관, 이중섭, 이선관 초상화


인문과 윤화백은 조은애 화가가 개인전을 여는 창동 갤러리에 개막식

30여분 전에 도착하여 작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후 둘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 립렛 팜프렛이 깔끔하게 인쇄되어 보기 좋았지만, 윤화백의 한줄 글이 더

돋보이던데요. 조은애화가가 좋아했겠네요".

하고 인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윤화백은 조은애의 그림에 대한 칭찬의 말로

대답한다.

"아니, 내가 뭐 없는 말을 했나? 오늘 조은애화가의 백색 그림들 앞에서 누가

그녀의 자질에 이런 저런 토를 달 수 있겠소? 인문도 그 점을 잘 알면서."

인문은 이에 다시 약간은 농담의 어조로,

"그 말은 맞아요. 그래도 윤화백의 마음은 딴 데 있는 것 같던데요.

솔직히 말해봐요. 그녀는 목소리가 참 달콤하다고 자주 말해놓고서는." ,

하며 인문이 그를 짖굿게 바라보았고, 윤화백은 이에 멋적은 듯, 허허 참!

하고는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인문, 올 12월 중 <원로미술가> 작품전에 인문도 동참해요.인문은

그룹 회원들과 격의없이 지내는 사이니 준회원이나 마찬가지 아니요.

이번에 그림에 대한  단상이나 싯적 표현 한 두어줄을 지어 그림들

사이에 두면  전시회 분위기가 더 살아날 것 아니겠오. 사실 며칠전

원로회의 윤종학과 최성명, 두분과 함께 한 점심 자리에서 그런 말을

내가 했었지요."

인문은 이 뜻밖의 제의에 싫지는 않은 듯한 표정으로 ,

"나를 그렇게 배려해주시니 고맙긴한데, 화가도 아닌 내가 어떻게.... "

하였다. 윤화백이,

"뜸드릴 일이 뭐 있어요. 그냥 글 한 줄 내면 되는 거지",

하자, 인문은 이에 의외의 조건을 한가지 다는 것이었다.

"윤화백이 초상화 한 점을 나를 위해 그려 출품해주시구료. 전시회가

12월 중순이라니 아직 한달정도는 남아 있잖습니까.크로키라도 좋고. "

"아니, 누구의 얼굴을"

하고 윤화백이 반문하였고,인문은

" 전에 말하던 그 기타맨의 초상화를 좀...."

하고 대답하였다.윤화백과 인문은 대화는 계속이어졌다.

"그 참 의외의 일인데요. 내게 초상화나 인물 묘사는 좀 그런데. 게다가

그 친구를 전시회 장에서나 몇번 보았을 뿐이고...... 근데 인문은 그에게

좀 심하게 집착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나 진지한 말투로? 가만있자,

그 기타맨의 얼굴이라면, 조선생에게 한번 부탁하면 어떻겠소? 그녀는

그를 남다르게 아낀다고 인문이 말했잖소, 창동에서 그 술꾼이 유일하게

고분 고분하는 사람은 J 라고"

"그건 그렇지요. 솔직히 전부터 화가의 눈으로 본다면 그 기타맨의 얼굴은

회화적 대상일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녀도 그렇게 여겼구요. 그렇지만

내가 부탁하기는 좀 그런데요. 전 주에 아고라 광장 근처의 사랑방 카페에서

본 이선관 초상화 생각나죠? 그건 현재호 선생이 그린 거 잖아요.속으로

전 그 그림에 자주 감탄하곤 합니다. 굸은 선 몇 줄로 한 사람의 개성적 표정을

어떻게 그렇게 잘 표현해 날 수 있을까 하구요.그녀라면 괜찮겠는데요. 그녀는

그 기타맨 표정을 잘 잡아낼 겁니다 "

"그 참! 인문이 그 친구를 그렇게나 귀하게 봐준다니."

"그는 내게는 남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언제나 내 앞에 불쑥 나타났던 것처럼

불쑥 사라집니다. 고약한 술버릇이 사람들 당황케 하지만 세속에 물들지않은

맑은 성품이 담긴 그의 얼굴을 떠올리며 깊은 감동을 맛보지요.내게는

그의 리듬과 음색은 안톤 슈낙의 시 구절 같기도 하고......"

"그 참! 내가 조선생에게 부탁을 한다? 인문이 직접 말하기가 좀 그렇다면, 내가

그녀에게 한번 부탁해보지 뭐. 나의 부탁이라면 아마 그녀가 거절은 못할 거요.

내가 그녀의 이번 전시회에 제법 값어치있는 일을 하게된 사람이니까요. ."


J조은애 화가는 자신의 개인전에 대해 그림평을 써 준 윤화백이 개막식에서

간결하나 정성이 담긴 축사까지 해주어 여간 기뻐하지않았다. 본인의 인사말을

통해 윤화백에 대한 고마움을 두번이나 밝혔던 그녀는 식이 끝나자 마자 제일

먼저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는 술잔까지 건네었다. 윤화백은 그 순간 아까

식전에 그 기타맨에 대해 인문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자신의

손을 잡은 조선생에게 자연스럽게 인문의 부탁을 꺼내면서물었다.

"조선생이 그의 초상화 한점을 좀 그려줄 수 없겠느냐?'

이 뜻밖의 부탁에 그녀는 "그 기타맨의 초상화를 요?" 라고 반문하고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 크로키나 소묘라면 어렵지 않아요"

하였다.

"소묘 정도면 충분하지요." 하며 윤화백이 반색하였다.

" 그래도 정기 그룹전인데 제법 작품 다운 작품을 내야하는 게 아니겠어요?

제게 실은 화선지에 아무렇게나 에스키스한 건 두점이 있긴 한데...."

라고 승락의 뜻을 나타낸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번 여름 해안가 등대 쪽에서 그 기타맨과 술과 노래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불현듯 그를 스케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에 화실로 저의 화실로

즉시 자리를 옮겼었지요. 맥주와 소주를  더 사가지고요. 그 때 그의 초상화를

크로키하는 순간에 나도 엔간히 취한 상태였습니다"

윤화백은 그녀에게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인문에 대한 한마디도 곁들였다,

"인문이 화가였다면 참 좋은 손을 가질 수 있을텐데, 그는 자주 화가의 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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