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동인블루5-1-5

                 5.

안달루시아의 헤레스, 산티아고 집시거리, 무목민, 남해의 해안,

런던의 하이드 파크, 보헤미안 기질, 자유인, 플라멩코,

푸치니의 라보엠, 아리아 그대의 찬손,창동의 홍화집

인문은 창동거리의 기타연주자 몽씨를 그가 지난날 스페인 여행길에

그 곳 안달루시아 지역의 고도 헤레스의 한 거리에서 만난 기타리스트와

때때로 비교했었다.그 기타리스트는 그가 일주일 이상이나 머물렀던

그 도시의 집시거리인 산티아고에서 몇차례 만났던 거리의 악사였다.

그는 집에서 이따금 그 거리의 기타리스트에게서 산 앨범을 꺼내 들으며

그 곳 집시거리를 그리운 마음으로 회상했었다.돌이켜 보면,이 곳 창동

골목길의 기타 연주자와 먼 도시의 집시거리의 그 거리의 기타리스트는

서로 다른 듯 닮아 보였다.

두 사람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닮은 점은 둘 다 꿈이나 포부가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몽씨의 경우. 특히, 일정한 거쳐가 명확하지 않아

불안정하게 보였지만 그는 언제나 술냄새를 풍기며 태평스러웠고,

자신의 기타소리에 우리들이 감탄하면 그것으로 그저 행복해하였다.

인문의 눈에는, 둘 다 생활과 관련된 걱정거리가 없는 듯 하였고,

은행구좌, 개인소득,의료보험 등등 현대인의 일상적인 삶의 어휘들이

그 둘의 의식속에는 필요한 요소로 들어있지않는 듯 느껴졌다.

게다가 둘 다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러 곳을 특별한 목적없이,

뭐랄까,유목민처럼 한 곳에 한동안 머물다 다른 곳으로 옮겨 다니며

살아온 것 같았다.한 마디로 둘 다 그냥 이곳 저 마을로 떠돌아 다닌

사람들이었다.

몽씨는 이 땅의 한강 이남의 도시나 남해의 해안가를 밟아보지 않은

곳이 없는 듯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이제는 아니지만, 지난 젊은 날

자신의 고향 헤레스를 떠나, 국경을 벗어나,유럽 이곳 저곳으로

무엇인가에 홀린 듯 돌아다녔던 것으로 보였다.런던의 하이드 파크공원

근처에서는 근 반년이나 머물렀다고 그는 말했었다.공원을 산책하는

숱한 런던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그의 기타 연주를 곁에서 지켜보기

때문이었다고 하였다.그 말에는 물론 바닥에 놓인 모자안에 동전이

제법 들어오기도 하여 그 곳이 그의 유랑길에 생활하기가 제일 적적한

곳이었다는 말이었다.

그 둘은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수단이 있었다. 창동의 전자는

용접공으로서, 스페인의 후자는 거리의 전업 악사로서 유랑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다만, 한 사람은 여전히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다른 한 사람은 결국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거리의 악사의 삶에 만족하며 초연히

그 곳에 안주하는 듯 보였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한가지 차이점이라면,창동 골목의 악사는

술기운 없이는 그의 기타소리가 제대로 그 울림을 지니지 못하고

이 지역의 어느 누구와도 안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지못하는,

불한정한 삶을 살아가는 데 반해,헤레스의 그 기타리스트는

현재의 시점에서 세속적인 인간의 굴레로부터 자유로운 초연한

자유인으로 이웃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으로 느껴졌었다.그가

거주하는 헤레스의 산티아고 구역에는 대체로 플라멩코 집시들이

많아 있었고, 그 역시 태생으로는 집시인이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기타소리에는 바로크적인 바흐나 비발디의 음색이 묻어났었다.

한편, 창동의 기타리스트 몽씨의 경우, 인문이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지녔던 것은 인문의 귀에 그의 기타소리가 매혹적이기 때문이었다. 

그가 기타를 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저 거리의 술주정뱅이로

치부되어 관심밖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인문은 그의 기타소리로

인해 그가 보고싶기도 하였고 그를 생각할 때는, 그에게는, 좋은 느낌의

어휘인'보헤미언'이 연상되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그대의 찬손' 이나,

'내 이름은 미미' 등의 아리아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오레파 '라보엠'을

떠올리기도 하였다. 푸치니의 그 오페라에 나오는  서넛명의 가난한

예술가-이를테면, 시인 루돌프, 음악가 쇼나르 화가 마르첼로  등-은

인문에게는 청년기부터 친숙한 이름들이었다.

물론 알콜 중독 증세로 인한 제멋대로 행동하는 몽씨가 그 오레라의

등장인물들의 이웃을 배려하는 품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하여간 인문은

그의 기타소리로 인해 창동의 그 기타연주자를 특별한 관심으로 대하였다.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인문과 몽씨가 저녁 나즐 창동의 홍화식당에서

비빔밥을 시켜 놓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홀안에서 식사를 하던

일행 중의 한 사람이 그 둘의 식탁으로 다가와서는 몽씨에게 

'전에 어시장 공터에서 기타치시던 분 아니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을  자신들의 자리로 초대하고는 넓치 구이 등 맛있는 안주를

새로  시켜는 것이엇다. 그날도 그의 품에는 어김없이 기타가 안겨있어서

그는 그 자리에서도 즉석에서 자신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 했었다. 홀안의

대부분의 손심들은 이에 큰 박수로 답례했었다. 그 날 인문은 그가 술에 더

많이 취해 횡설 수설하기 전에 식당을 빠져나가는데 애를 먹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