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동인블루5-1-2

jhkmsn 2017. 1. 5. 07:53

               2.


창동의 아고라광장, 플라멩코, 로망스, 알람브라 궁전, 세고비아 가타,

판화,강국진의 추상화, 포틀란드,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 아침이슬,,



지난내 3월 어느 날이이었다. 오후 3시쯤 군용모에 두터운 작업복 차림을 한

남자가 mbc 방송의 창동 지소에 불쑥 들어왔다. 그는 어깨에 멘 큰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실내의 인문 일행에게 "기타소리가 들리기에....."라고

혼자말처럼 말을 던졌다. 한낮인데도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겼다. 그들 셋은

함께 <희망의 속삭임> 곡을 기타반주로 노래부르고 있었다. 창동의

아고라광장에서 며칠 후 펼쳐질 < 플라멩코의 밤> 공연에 찬조 출연자들로

나서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문이 그 방문객의 큰 악기 가방에 눈길을 던지며,

"기타 치는 분인가 보네"

하자, 그는 선뜻 ,

" 몇 곡은 합니다요."

라고 답하였다.

이어서 그는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잠시 줄을 맞추고는 '알람브라의 궁전'을

능숙한 솜씨로 뜯는 것이었다. 그 곡을 들은 인문은, 

" 내친 김에 '로망스'도 한번 켜 보시지."

하자, 그는 주저없이 다시 기타를 가슴에 안았다. 인문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반짝이며 흘러나오는 기타곡 특유의 청아한 음색에 내심 감탄하였다.

두 곡을 귀담아 들은 인문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대뜸,

"그 두 곡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겠는가?"

라고 기타맨에게 물었고, 그는 뜻밖의 제안에

"정말 요? 무대에서요?"

하고는 인문의 고개끄떡임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언제인데요?"

라고 되물었다. 그렇게 하여 그 기타맨은 인문이 주최자의 한 사람이였던

<플라멩코의 밤> 무대에 프로그램에 예정되어있지않았던 그 두 곡을 들고

독주자로 나서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두 사람은 창동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그 공연 며칠후 기타맨은 자신이 늘 메고 다니는 그 기타를 인문에게 선물로

건네주면서, 조금 가르쳐 줄테니 집에서 연습해보라고 하였다. 자신은 늘

갖고싶었던 세고비아 기타를 하나 주문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 나이 50대쯤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하며 인문이 극구 사양하였으나 그는 기타를 인문에게 떠맡기다시시피

안겨주었다. 게다가 교본까지 챙겨준 터라, 인문은 한동안은 집에서, 다음의

메모에서처럼, 혼자 기타와 씨름까지 한 적이 있었다.

        '다음'


0월 0일                    

그 기타맨이 한번은 작년 초겨울 쯤 저녁나즐  집에 불쑥

찾아왔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에게 나는 집 서재에 걸어

판화 한점을 선물하였다.여류화가 강국진의 추상화 소품이다.

식사 후 기타 연습본을 꺼내 전날 혼자 집에서 읽다 잘 이해되지않는

곳의 페이지를 펼쳐 그에게 물어 본 다음, 왼손, 오른손으로

기타 잡는 법을 처음 배우다.


왼손으로는

집게 i를 1플렛에,

가운데 m을 2플렛에,

약손 a를 3플에,

새끼손 ch를 4플에,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도- 5번 줄 3 플렛,

레- 4번 줄 개방,

미- 4번 2플,

파- 4번 3 플,

솔- 3번 개방,

라- 3번  2플

시- 2번 개방

도- 2번 1플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시라솔파미레도

10203203

도미솔

320

 .............

0월 0일

 기타맨의 강권으로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면서

음계소리가 만들어진다. 연습을 계속하면, 현재 머리로 암기한

음계의 순서가  자동적으로 손에 익을 수 있겠구나 싶다. 신기하다.

그 기타맨을 통해 10여년전 포틀란드에서 만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을 잠시 떠올리다.

마크는 내가 소개한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좋아했었고, 그 곡을 플라멩코 곡으로 편곡하여

공연장에서 연주까지 했었다. 

얼마 후 마크는 플라멩코 댄서 로레나 마론너와 함께 이곳

마산에 초대되었고 그 둘은 인문의 <플라멩코 공연> 무대에서 

'아침이슬'을 플라멩코 춤과 기타곡으로 표현했었다. 

 

0월 0일

기타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기타'라는 시, 한 구절을 떠올리다:

"기타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

먼 곳을 그리워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무더운 남국의 모래는

힌 동백을 찾고,

과녁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도는 화살,

아림을 잃어버린 오후,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제일 먼저 죽은 새를 슬퍼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아, 기타여!

다섯개의 칼에 의해

성처입은 심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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