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창동의 아고라광장, 플라멩코, 로망스, 알람브라 궁전, 세고비아 가타,
판화,강국진의 추상화, 포틀란드,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 아침이슬,,
지난내 3월 어느 날이이었다. 오후 3시쯤 군용모에 두터운 작업복 차림을 한
남자가 mbc 방송의 창동 지소에 불쑥 들어왔다. 그는 어깨에 멘 큰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실내의 인문 일행에게 "기타소리가 들리기에....."라고
혼자말처럼 말을 던졌다. 한낮인데도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겼다. 그들 셋은
함께 <희망의 속삭임> 곡을 기타반주로 노래부르고 있었다. 창동의
아고라광장에서 며칠 후 펼쳐질 < 플라멩코의 밤> 공연에 찬조 출연자들로
나서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문이 그 방문객의 큰 악기 가방에 눈길을 던지며,
"기타 치는 분인가 보네"
하자, 그는 선뜻 ,
" 몇 곡은 합니다요."
라고 답하였다.
이어서 그는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잠시 줄을 맞추고는 '알람브라의 궁전'을
능숙한 솜씨로 뜯는 것이었다. 그 곡을 들은 인문은,
" 내친 김에 '로망스'도 한번 켜
보시지."
하자, 그는 주저없이 다시 기타를 가슴에 안았다. 인문은 그의 손가락 사이로
반짝이며 흘러나오는 기타곡 특유의 청아한 음색에 내심 감탄하였다.
두 곡을 귀담아 들은 인문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대뜸,
"그 두 곡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겠는가?"
라고 기타맨에게 물었고, 그는 뜻밖의 제안에
"정말 요? 무대에서요?"
하고는 인문의 고개끄떡임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언제인데요?"
라고 되물었다. 그렇게 하여 그 기타맨은 인문이 주최자의 한 사람이였던
<플라멩코의 밤> 무대에 프로그램에 예정되어있지않았던 그 두 곡을 들고
독주자로 나서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그 두 사람은 창동에서 자주 만나는
친구로 지내게 되었다.
그 공연 며칠후 기타맨은 자신이 늘 메고 다니는 그 기타를 인문에게 선물로
건네주면서, 조금 가르쳐 줄테니 집에서 연습해보라고 하였다. 자신은 늘
갖고싶었던 세고비아 기타를 하나 주문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내 나이 50대쯤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하며 인문이 극구 사양하였으나 그는 기타를 인문에게
떠맡기다시시피
안겨주었다. 게다가 교본까지 챙겨준 터라, 인문은 한동안은 집에서, 다음의
메모에서처럼, 혼자 기타와 씨름까지 한
적이 있었다.
'다음'
0월 0일
그 기타맨이 한번은 작년 초겨울 쯤 저녁나즐 집에 불쑥
찾아왔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그에게 나는 집 서재에 걸어
둔 판화 한점을 선물하였다.여류화가 강국진의 추상화 소품이다.
식사 후 기타 연습본을 꺼내 전날 혼자 집에서 읽다 잘 이해되지않는
곳의 페이지를 펼쳐 그에게 물어 본 다음, 왼손, 오른손으로
기타 잡는 법을 처음 배우다.
왼손으로는
집게 i를 1플렛에,
가운데 m을 2플렛에,
약손 a를 3플에,
새끼손 ch를 4플에,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도- 5번 줄 3 플렛,
레- 4번 줄 개방,
미- 4번 2플,
파- 4번 3 플,
솔- 3번 개방,
라- 3번 2플
시- 2번 개방
도- 2번 1플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시라솔파미레도
10203203
도미솔
320
.............
0월 0일
기타맨의 강권으로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면서
음계소리가 만들어진다. 연습을 계속하면, 현재 머리로 암기한
음계의 순서가 자동적으로 손에 익을 수 있겠구나 싶다. 신기하다.
그 기타맨을 통해 10여년전 포틀란드에서 만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을 잠시 떠올리다.
마크는 내가 소개한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좋아했었고, 그 곡을 플라멩코 곡으로 편곡하여
공연장에서 연주까지 했었다.
얼마 후 마크는 플라멩코 댄서 로레나 마론너와 함께 이곳
마산에 초대되었고 그 둘은 인문의 <플라멩코 공연> 무대에서
'아침이슬'을 플라멩코 춤과 기타곡으로 표현했었다.
0월 0일
기타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기타'라는 시, 한 구절을 떠올리다:
"기타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
먼 곳을 그리워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무더운 남국의 모래는
힌 동백을 찾고,
과녁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도는 화살,
아림을 잃어버린 오후,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제일 먼저 죽은 새를 슬퍼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아, 기타여!
다섯개의 칼에 의해
성처입은 심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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