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최영림에 대하여.
![](http://www.homikorea.com/data/csyoon/5/yr2.jpg)
![](http://www.homikorea.com/data/csyoon/5/yr5.jpg)
윤용:
나는 이 집에 올때마다 정자봉교수가 떠올라요. 그 분의
손은 남달리 두텁고 따뜻해서 그 분의 옆 자리에 앉은 여성은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가에 앉은 기분이 든다고들 했습니다.
인문:
그의 두터운 손을 그리운 마음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먼저 그 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수필같은 사정적 산문적 언어들이 귀를
통해 회상하되고 그리고 이어 두 눈에는 옆자리에서 술잔을 함께 나누는
여성의 손을 잡고있는 그의 두터운 손과 노랫말이 빼곡히 들어찬 그의 작은
노래수첩이 떠오르기 마련이지요.
박춘성:
두 분의 주고받은 대화가 어찌 주제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은 데여. 정작가, 아니 그런가요?
정ㅇ성: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세분 중에서 손이 제일 두툼한 박춘성 화백이
제 옆자리에 계시니 저로서는 문제될 것 게 없는 데요. 게다가, ?
윤용:
최영림의 삶과 그림세계라는 본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준비작업이
필요하기에 조금 익살을 피웠습니다. 그래도 정작가는 박화백의 손이
가까이 있는데에 오히려 좋은 느낌을 가지는 눈치인 듯 한데요. 인문도
동의하는 눈치인데요..
인문:
그럼요. 사실 전에는 최영림의 ,좀 에로틱하고 해학적인 그림들을
통해 막연하나마 그런 그림의 연장선상에서 화가를 생각했거든요.
어려움을 겪지않은 유쾌한 분으로 막연히 느끼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싱겁기조차 한 분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화가이더군요.
박춘성:
인문이 나의 그림에서 그 분의 그림을 연상했다면 그럴 만도 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그 분의 가리침을 받았으니까요. 평양태생의 그 분은 실향민으로
그림을 통해서나마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느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윤용:
아니 ,뭘 그렇게 완곡하게 말해요. 그냥 두 분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머리속에서 지워지지않고 맴도는 아득한 시절의 고향의 정취를,
그 속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그림으로나마 이웃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고싶어 안달이 난 분들이라고 말하면 될 걸 가지고.
인문:
화가 최영림이 오래전부터 제게 친숙한 화가로 여겨진 데에는
'사루마다' 라는 일본 말이 최영림의 이름을 이따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일본 말은 '속옷 하의'를 의미하는데 ,그 말은 아득한 날 나의 소년기때
동네 타작마당에서 들었던 동네의 한 노처녀와 관련된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 말은 생각 날 때 마다 웃음짓게 합니다.
정ㅇ:
아니, 인문님 그 사루마다는 노 처녀의 것이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인문:
그런 셈이지요.
한 여름 어둑 어둑한 저녁에 타작마당 곁 포도밭에서 나오던 그 노처녀가
마침 저녁 마실 나서는 동네 한 할멈을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 할멈이 그녀가 나온 포도밭 안을 한번 들여다 보니
햐얀 뭔가가 눈에 띄길래 뭔가 싶어 다가가 집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사루마다' 더랍니다. 할멈이 얼른 그걸 주어 방금 사라진
그 쳐녀 뒤에 대고 그 '사루마다'를 흔들며 이것은 입고 가여지 했었답니다.
'그때이래 사루마다는 입고 가야지' 하는 우스게가 동네 아낙네들 사이에
나돌았답니다. 아득한 옛날의 구수한 이야기이지요. 전 지금도 최영림의
작품 중 포도밭인가, 보리밭인가 하는 제목의 아래의 그림을 보면
'사루마다'가 저절로 떠올라 씩 웃습니다. 이런 심상을 한가하게 그린
이 화가는 삶이 참 행복했던 분이었던가봐 하면서 말입니다. 실상은
싱거운 분과는 거리가 먼 진지한 분이었을을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분에 비해 박화백은 상대적으로 이웃의 눈치를 좀 살피는
분인가 봅니다. 그림마다 여인네들의 큰 젖가슴은 다 드러내놓게
하면서도 정작 온 몸이 햇빛아래 그대로 드러나는 누드는 그리기를
주저하거든요. 세분은 아마 영국의 수필가 찰스 렘에 대해 들어보셨겠지요.
문득 최영림과 이 수필가의 삶이 그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 수필가의 작품' 돼지구이론'의 따스한 유머와
그의 숙명적인 비극의 삶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필가입니다.
저는 그 분의 글(번역문) 참 좋았습니다. 그의 원문은
지금도 너무 어려워 손에 들기가 무섭고요.
박춘성:
그 수필가의 '돼지구이 이야기', 참 구수하네요.
윤용.
난 그 그 사루마다 이야기가 술맛 돋우는데요. 보기에는 젊잖은 분이...
그 참 허허, 술맛 돋우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