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블5- 골4-1

jhkmsn 2016. 11. 29. 11:05


                 2.


최영림에 대하여.




 


 


윤용:

나는 이 집에 올때마다 정자봉교수가 떠올라요. 그 분의

손은 남달리 두텁고 따뜻해서 그 분의 옆 자리에 앉은 여성은

추운 겨울 따뜻한 난로가에 앉은 기분이 든다고들 했습니다.


인문: 

그의 두터운 손을 그리운 마음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먼저 그 분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수필같은 사정적 산문적 언어들이 귀를

통해 회상하되고 그리고 이어 두 눈에는 옆자리에서 술잔을 함께 나누는

여성의 손을  잡고있는 그의 두터운 손과  노랫말이 빼곡히 들어찬 그의 작은

노래수첩이 떠오르기 마련이지요.


박춘성:

두 분의 주고받은 대화가 어찌 주제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은 데여. 정작가, 아니 그런가요?


정ㅇ성: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만, 세분 중에서 손이 제일 두툼한 박춘성 화백이

제 옆자리에 계시니 저로서는 문제될 것 게 없는 데요. 게다가, ?


윤용:

최영림의 삶과 그림세계라는 본 주제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준비작업이

필요하기에 조금 익살을 피웠습니다. 그래도 정작가는 박화백의 손이

가까이 있는데에 오히려 좋은 느낌을 가지는 눈치인 듯 한데요. 인문도

동의하는 눈치인데요..


인문:

그럼요. 사실 전에는 최영림의 ,좀 에로틱하고 해학적인 그림들을

통해 막연하나마 그런 그림의 연장선상에서 화가를 생각했거든요.

어려움을 겪지않은 유쾌한 분으로  막연히 느끼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싱겁기조차 한 분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는 화가이더군요.


박춘성:

인문이 나의 그림에서 그 분의 그림을 연상했다면 그럴 만도 했을 것입니다.

대학에서 그 분의 가리침을 받았으니까요. 평양태생의 그 분은 실향민으로

그림을 통해서나마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느끼고 싶어했던 것 같아요.


윤용:

아니 ,뭘 그렇게 완곡하게 말해요. 그냥 두 분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머리속에서 지워지지않고 맴도는 아득한 시절의 고향의 정취를,

그 속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그림으로나마 이웃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고싶어 안달이 난 분들이라고 말하면 될 걸 가지고.


인문:

화가 최영림이 오래전부터 제게 친숙한 화가로 여겨진 데에는

'사루마다' 라는 일본 말이 최영림의 이름을 이따금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일본 말은 '속옷 하의'를 의미하는데 ,그 말은 아득한 날 나의 소년기때

동네 타작마당에서 들었던 동네의 한 노처녀와 관련된 단어입니다.

그래서 그 말은 생각 날 때 마다 웃음짓게 합니다.


정ㅇ:

아니, 인문님 그 사루마다는 노 처녀의 것이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인문:

그런 셈이지요.

한 여름 어둑 어둑한 저녁에  타작마당 곁 포도밭에서 나오던 그 노처녀가

마침 저녁 마실 나서는 동네 한 할멈을 보고 깜짝 놀라 달아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 할멈이 그녀가 나온 포도밭 안을 한번 들여다 보니

햐얀 뭔가가 눈에 띄길래 뭔가 싶어 다가가 집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사루마다' 더랍니다. 할멈이 얼른 그걸 주어 방금 사라진

그 쳐녀 뒤에 대고 그 '사루마다'를 흔들며 이것은 입고 가여지 했었답니다.

'그때이래 사루마다는 입고 가야지' 하는 우스게가 동네 아낙네들 사이에

나돌았답니다. 아득한 옛날의 구수한 이야기이지요. 전 지금도 최영림의

작품 중 포도밭인가, 보리밭인가 하는 제목의  아래의 그림을 보면

'사루마다'가 저절로 떠올라 씩 웃습니다. 이런 심상을 한가하게 그린

이 화가는 삶이 참 행복했던 분이었던가봐 하면서 말입니다. 실상은

싱거운 분과는 거리가 먼 진지한 분이었을을 알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그 분에 비해 박화백은 상대적으로 이웃의 눈치를 좀 살피는

분인가 봅니다.  그림마다 여인네들의 큰 젖가슴은 다 드러내놓게

하면서도 정작 온 몸이 햇빛아래  그대로 드러나는 누드는 그리기를

주저하거든요. 세분은 아마 영국의 수필가 찰스 렘에 대해 들어보셨겠지요.

문득 최영림과 이 수필가의 삶이 그 궤를 같이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 수필가의 작품' 돼지구이론'의 따스한 유머와

그의 숙명적인 비극의 삶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수필가입니다.

저는 그 분의 글(번역문) 참 좋았습니다. 그의 원문은

지금도 너무 어려워 손에 들기가 무섭고요.


명화산책 43 -  최영림「들판위의 여인」

박춘성:

그 수필가의 '돼지구이 이야기', 참 구수하네요.

 

윤용.

난 그 그 사루마다 이야기가 술맛 돋우는데요. 보기에는 젊잖은 분이...

그 참 허허, 술맛 돋우는데요..




'연작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불5-골4-3  (0) 2016.11.30
창불5-골4-2  (0) 2016.11.30
창불5-골 4-0  (0) 2016.11.28
창블5-골 3-7  (0) 2016.11.15
창블5-골 3-6  (0)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