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016년 7월
마산
지난내 2월 어느 날이이었다. 오후 3시쯤 군용작업모에 노동자 차림을 한 초로의 남자가 창동의 방송 작업실에 불쑥 들어왔다. 그는 어깨에 멘 큰 가방을 내려놓으면서 인문 일행에게 '기타소리가 들리기에.....'라고 말하였다. 한낮인데도 그에게서 술냄새가 풍겼다. 그날 그들은 기타반주에 맞추어 '희망의 속삭임' 곡을 2중창으로 연습하던 중이었다. 창동의 노천공연장인 아고라 광장에서 며칠 후 펼쳐질 <살풀이와 플라멩코 공연>에 게스트 출연자로나서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인문이 방문객의 큰 악기 가방에 눈길을 던지며 '기타 치는 분인가 보네'하며 그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 몇 곡은 합니다요.'
라고 말하고는 이어 가방에서 기타를 꺼내 잠시 줄을 맞추고는
익 숙한 솜씨로 '알람브라의 궁전'을 한 곡 뜯는 것이었다. 그 곡이 끝날 즈음 인문은 그에게 " 내친 김에 '로망스'도 한번 켜 보시지요",라고 하자 그는 몸에 밴 악사의 자세로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떡이고는 내려놓았던 기타를 다시 가슴에 안았다. 인문은 그가 뜯어내는 , 쓸쓸함과 기타곡 특유의 매력적인 음색에 내심 감탄하였다. 두 곡을 가만히 다 들은 인문은 대뜸 "그 두 곡으로 무대에 우리들 무대에 오를 수 있겠는가,라고 그에게 제안함으로써 그는 그의 제안으로 듯밖에 인문의 <살풀이와 플라멩코 공연> 무대에 프로그램에 없었던 그 두 곡을 들고 독주자로 나서게 되었다. 거리의 악사인 노인과 창동의 인문의 행복한 교우는 그게 첫 계기였다.
그 공연 며칠후 기타맨은 인문과 만난 자리에거 그가 늘 메고 다니는 기타를
인문에게 건네주며 자신이 조금 가르쳐 줄테니 집에서 연습해보라고 하였다.
자신은 항상 갖고싶었던 세고비아 기타를 하나 주문했다는 것이었다.
"아니야, 나는 기타를 배우기에 너무 늙었어. 한 60대쯤이라면 용기를 한번 내볼텐데",
하며 인문은 사양하였으나 그는 기타를 인문에게 떠맡기다시시피 안겨주었다.
인문은 그 노인이 교본까지 챙겨준 터라 기타와 한동안 씨름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은 그가 기타를 갖게 된 며칠 간의 메모이다.
다음
0월 0일
그 기타맨이 작년 초겨울 쯤 저녁나즐 집에 불쑥
나타났었다. 나는 그를 위해 김치찌게로 저녁을 준비하다.
손님으로 온 그에게 나는 집 서재에 걸어 둔 판화 한점을 선물하였다.
70년대에 여류화가 강국진의 추상화 소품이다.
식사 후 나는은 기타 연습본을 꺼내 전날 혼자 집에서
읽다 잘 이해되지않는 곳의 페이지를 펼쳐 그에게 물어
본 다음, 왼손, 오른손으로 기타 잡는 법을 처음 배우다.
왼손으로는
집게 i를 1플렛에,
가운데 m을 2플렛에,
약손 a를 3플에,
새끼손 ch를 4플에,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도- 5번 줄 3 플렛,
레- 4번 줄 개방,
미- 4번 2플,
파- 4번 3 플,
솔- 3번 개방,
라- 3번 2플
시- 2번 개방
도- 2번 1플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레미파솔라시도
30230201
도시라솔파미레도
10203203
도미솔
320
.............
0월 0일
그 기타맨의 권유로 통해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지 며칠이 지나면서
음계소리가 만들어진다. 연습을 계속하면, 현재 머리로 암기한 음계의
순서가 자동적으로 손에 익을 수 있겠구나 싶다. 신기하다.
그를 통해 10여년전 포틀란드에서 만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을
잠시 회상한다. 마크는 내가 소개한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좋아했었고,그 곡을 플라멩코 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했었다.
얼마 후 그는 플라멩코 댄서 로레나 마론너와 함께 이곳
마산에 초대되어 <플라멩코와 살풀이> 공연무대에서
아침이슬을 플라멩코 춤과 기타곡으로 표현했었다.
0월 0일
기타를 손으로 더듬거리며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 한구절을 떠올리다.
...........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집
poema de cante jondo(1931)에서;
기타의 울음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리라.
먼 곳을 그리워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무더운 남국의 모래는
힌 동백을 찾고,
과녁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도는 화살,
아림을 잃어버린 오후,
그리고 나뭇가지 위에서
제일 먼저 죽은 새를 슬퍼하며
기타는 눈물을 흘린다..
아, 기타여!
다섯개의 칼에 의해
성처입은 심장이여!
(<기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