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우물 99p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뭍드는 것은 현재의 삶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산책중의 사색이나 중얼거림의 내용 등이 그런 것이다. 예컨대,
여름날 집마당의 축담아래에서 찰랑거리는 잔물결 소리, 겨울 새벽
의 고요를 깨는 무수한 청둥오리떼의 날갯짓 소리, 가을 오후의
비릿한 갯벌내음, 그리고 봄날 축담에 선 바둑이의 시선을 뺏는 수면 아래 학꽁치떼의
은빛 퍼득임!
그리고 그 위로 오버랩되는 은둔지의 일본 식 목조건축물의 긴 복도,
오후 한낮의 끊임없는 절망의 기침소리, 연못가의 환우들의 포도빛 망또 등이
마음에 살아 있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