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정의가 무너진 이 엄혹한 시대는
내게, 이제 70대 후반의 나이인 내게,
어떤 의미있는 삶을 선택하게 해주는 기회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60년전 1960년 3.15 의거의 날에 불의에 맞서 거리에서 항거하다 16세의 애띤 나이에
숨진 고교 급우 김용실을 이따금 빚진 마음으로 회상했었는데,
지금 이 시점은 뒤늦게나마 그런 빚진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뜻밖의 기회로 다가온 것이 아닐까?
지금은
눈 오는 날 숲 앞에 서서 더 가야할 데가 있다며
속으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할
나이도 아니고,
네게 주어진 일을 내 자신이 맡아 마무리해 해야 한다며
삶의 의미를 내 스스로에게 다짐할
나이도 아니고,
무미한 허드레의 삶이 그저 속절없이 이어지기만 하고있는 지금이 아닌가.
지금이 만약 정의가 살아있고 자유의 대기로 넘쳐난다면,
나의 삶은 두드러질 그 무가치성으로 오히려 나를 질식케할 것이 아닌가!
지금은
자유가 사리지고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사는 자의 고통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삶이 무가치한 노년기의 내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줄,
젊은 이들의 검은 우산의 항거 대열에 합류하여
그들 따라 순수한 분노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다가온 것임을
감사해야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