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메모

200527메모

jhkmsn 2020. 5. 27. 08:07

오늘 아침엔.

오늘 아침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방 바닥에 등을 붙인 채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그냥 누워만 있다.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지난 밤 깊은 어둠 속에서

선 잠 중에 불현듯 깨달은 한가지 일로 인해서이다.

그 깨달음이 새벽에 다시 떠올라 나를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평소 같으면 6시 이전에 일어난다.

먼저 불을 켠다.

노트북이 얹혀 있는 작은 간이 탁자를 두 손으로 들어 이불위로 올려 놓는다.

다시 누웠던 자리로 되돌아와

두발은 이불 속으로 밀어넣고.

등을 벽에 붙이고 앉는다.

그리고 노트북을 컨다.

우선 이메일함을 열어보고 답장 할 일이 있으면 답장을 쓴다.

마음으로 고대하던 손자의 짧은 이메일이 눈에 띄면

그 날 아침은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어린 손자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꺼리를 찾아내느라

이 궁리 저 궁리 해야하고

그걸 손자의 눈 높이에 맞는 쉬운 영문으로 다듬느라

마음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블로그에서 진행중인 글을 이어 가거나

또는 새 글을 시작한다.

영문의 새 글을 쓸 때에는 사전이나 문법 책을 늘 곁에 두며

더욱 많이 애썬다.

 

그런데 오늘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불도 켜지 못한다.

어제 밤의 그 한가지 깨달음으로 인해서 이다.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 세상이 미쳐가고있다고는 것이

그 깨달음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력을 잃은 사회.

수치심을 잃은 사회.

나라를 바로 세우고저 행동에 나섰다는 숱한 지성인이

돈과 권력의 꿀에 홀린듯 미친듯이 달려드는 사회.

도둑질한 자가 도둑 당한 자들을 몽둥이로 겁박하나 이를 두려움과 침묵으로 외면하는

무법의 사회.

그래서 멀지않아 눈 앞에 다가올,

'자유'라는 말이 생소해질 어둡고 두려운 사회!

다가올 그 사회 속에서

나는 시정어린 술잔나눔의 우정을 논하고

노년기의 건강을 챙긴다.

미치고있는 이 해괴한 세상에

이렇게나 노년기의 몸과 마음을 잘 챙기고 아끼고 있다니!

이런 세상에서 내가 안주하며

입맛 잃지않고 정상적으로 즐겁게 잘 살고 있다면,

이건 정말 두렵고 해괴한 일이다.

이거야 말로 미친 일이다!

이런 깨달음으로

이런 절망감으로

오늘 아침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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