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플라멩코 바일라오라b1-3

jhkmsn 2019. 7. 28. 07:33

3.


춤에서 마음과 몸이 이미 멀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엘레나가 플라멩코 슈즈를 다시 신게되었다는 그녀의 메일에 , 앞에서 밝힌 대로, 인우는 여간 반가워 하지않았다. 그녀가 플라멩코를 아예 포기한 것으로 여겨져 크게 실망하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그녀가 존경했던 플라멩코 가수 모렌테의 서거에 애통해하는 마음과 아울러 그런 마음의 변화를 이메일에 담아 보낸 것이었다. 그가 그녀로부터 그런 내용의 이메일을 읽은 것은 그가 포틀란드에서 그녀를 만난지 몇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리고 엘레나가 사실 상 더 이상 춤추지 않게된 것에 섭섭해하면서 자연히 그녀의 존재가 그의 마음 속에서 점점 희미해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인우은 엘레나와 그런 메일을 나눈지 며칠이 지날 무렵만 그녀에게 전혀 뜻밖의 소식을 담은 이메일을 하나 보냈다.



6월 12월, 2010년

올라!!

엘레나, 곧 바로 알고싶은 게 있어 이렇게 급히 이메일을 보냅니다.

이제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기에 벅찬 기대감으로 소식을 하나 보냅니다.

 혹시, 두어달 내로 이제 공연무대에도 오를 수 있나요?

내년 봄 한국으로 건너와 대중 앞에서 춤 출 수 있을까요?

무대에서,

옛날의 모습 그대로 ?

 

엘라나! 나에게 며칠 전 전혀 예상 밖의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술자리에서 친구들 간 대화 중에 오고 간 특별한 주제가  그것입니다. 그것은 내게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하는 반가운 주제였습니다. 아래의 대화 내용을 읽어보면,

엘레나도 나처럼 가슴 두근거리게 될 것입니다. 만약, 엘레나가 지난 날처럼 여전히 플라멩코를 열렬히 사랑하는 엘레나라면 말입니다. 그 주제는 엘레나의 플라멩코 춤과도 깊이 관련된 것이었거든요.다음이 그 내용입니다:


그 자리에서 술잔이 서너 차례 오고갈 즈음 한 친구가 불쑥

"너희 마고 동기들, 올해도 3월을 무심히 그냥 넘길거야?"

라고 한마디를 던지고는 내게 술 잔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뒤이어, "인우의 마고 동기생들이 내년 3월을 아무 일 없는 듯 또 그냥 보낸다면,

정말 무심한 사람들이지.' 라고 하였습니다.

아, 무슨 말이냐 하면,

아주 오래전 우리들이 고교 재학중인 1960년 3월에 마산에서 대규모 반독재 의거가 일어났던 날 밤, 그 대규모 시위대에 동참했던 나의 급우 김용실 열사가 시위현장에서 총에 맞아 숨졌거든요.

그 의거에서 숨진 다른 열사 한 청년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해마다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정작 시위대에 앞장섰던 우리들의 급우 경우는 그렇지않았거든요.

그 이야기를 다 설명하기에는 너무 긴 사연이라, 이 메일에 다 담아내지 못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여간 어제 밤에 세 친구들은 그런 취지의 대화를 나누고는 그 자리에서 한가지 결정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그 친구열사를 기리는 추모공연을 마련하자며, 날더러 앞장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플라멩코 공연이라도 내년 3월에 한번 가지자는 게 그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술기운에 그렇게 쉽게 마음이 모여졌던 것 같습니다. 전에 내가 엘레나를 초대하며 플라멩코공연을 주최한 것을 그들이 잘 알거든요. 내게 그 말을 처음 꺼냈던 그 친구가 먼저 기금을 좀 내겠다고 약속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엘레나와 기타리스트 반주자의 항공료쯤은 마련이 된 셈이지요. 그래서 오늘 엘레나에게 의논 겸 이렇게 급히 이메일을 보냅니다.

빠른 희신을 기다리며,

love

인우

.

27일, 12월, 2010

디어 인우!

정말인가요? 원 세상에! 나야 물론 '오케이' 죠. 예상치 못한 그런 말을 듣게 되다니!

그렇지만 내가 다시 지난 날 처럼, 특히 마산에 처음 방문하여 춤 추었을 때 처럼 ,

자신있게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솔직히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가슴 벅차게하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요즈음  날마다 담 흘리며 연습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나 자신과 플라멩코에 대한 나의 사랑을 다짐하는 소박한 몸짓이지, 아직은 무대에 설 준비로서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플라멩코는 내게는 너무 친숙한 일이었던지라 이렇게 혼자라도 연습으로 몸을 단련하니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한해 집니다.

내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좀 더 구적으로 알려주시기를!

회신기다리며,

love

엘레나

28일 12월, 2010년

엘레나!

엘레나가 여기 와 춤 춘다면,

'아래'가 나의 개략적인 구상이며 그리고 이를 위해 제안입니다:

1) 방한 공연자의 항공료와 게런티에 관해서

엘레나 한 사람에 대한 항공료와 게런티로 미화 2000 달러 는 인우가 전적으로 혼자서 따로 마련해 놓을 것입니다.

엘레나의 경우를 제외한 다른 방한 출연자를 위한 비용에 관해서는 후원자의 성금으로 된 기금에서 지불될 것입니다.

2) 공연날짜: 2011년 3월 중순( 3월 15일 이내)

3) 장소: 마산 도심의 100석 이내의 소규모 공간에서

4) 프로그램

타이틀: 315열사 추모 공연 -플라멩코와 살풀이-

총 90분 가량의 무대


인사말

첫무대: 저항의 솔레아 독무

주제: 한국 팝 '아침이슬'

무희: 엘레나

반주: 녹음된 플라멩코 기타곡

두번째 무대: 탄식의 시규리어 독무

주제: 플라멩코 시규리어

무희: 엘레나

반주: 녹음된 플라멩코 기타곡

세번째와 세번째 무대는 한국인 출연자들의 다른 주제 표현

5번째: 알레그리아스 독무

주제:그라시아 로르가의 애송시 한편

무희: 엘레나

6번째

기타:


엘레나!

이것은 내 구상의 첫걸음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 일은 엘레나의 춤과 나의 시심 사이의 조화로운 어울림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런 특별한 요소가 이번 공연의 바탕이 될 것이므로 어느 다른 해외 출연자, 한국인의 시대적 저항의식을 잘 이해하는 엘레나를 대신하여 그 역할을 맡을 수는없습니다. 가능하면 이번 공연에 엘레나의 반주자로 마크를 함께 초청하고 싶습니다. 전에 엘라나가 한국에 처음와 가진 두번의 공연에서 그가 보여준 반주와 독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가능하면 그가 엘레나의 동행해 주웠으면 하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끝으로, 내가 지금 마음에 두는 이번 추모 공연에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공연경비를 최소화하는 것과 엘레나가 무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이 두가지 입니다.

이에 대한 엘레나의 아이디어가 궁금합니다.

엘레나의 춤을 사랑하는,

인우

Inu

December 마지막 날, 2010

디어, 인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게런티 문제를 두고 너무 고심하지 마시기를!

솔직히 마산에 다시 가 춤추고 싶습니다. 내게는 기타반주자가 아닌 녹음페이프 반주로도 춤추는 데에 문제는 없습니다.

기타반주자와 현장에서 호흡과 눈을 서로 맞추는 게 기본적인 일이긴 하지만, 나의 경우, 게런티 높은 기타 연주자를 꼭 반주케하는 것은 분에 넘치는 일입니다. 녹음돤 음악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춤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타리스트 마크와 도만나 인우의 구상에 대해 의논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나로서도 경비 부담을 덜 수 있는 여러 구상이 있습니다.

고귀한 청년용사를 명예롭게 하는 데에 나의 춤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플라멩코는 영혼의 소리입니다. 영혼과 소통하는 몸짓입니다. 마산에 다시 가 춤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추모 공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곳의 댄서이자 나의 조력자들 중에 자비로 나와 동행케할 젊은 분도 있습니다.


인우!

당신은 지금의 나의 삶과 플라렝코에 새로운 희망을 불러넣어줍니다. 플라멩코는 우리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소리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하는 몸짓입니다. 마산에 가 춤추고 싶습니다.

*추신

이번에 가면, 숙소로는 호텔 혹은 어떤 다른 숙소?

공연 장소는?

무대 배경에 스크린을 설치할 수는 없나요?

이번 공연 무대에서 나의 개인적인 모렌테 추모의 마음을 특별히 표시할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면, 경비문제에 너무 고심하지 마시기를! 난 그저 소박한 집시의 몸으로 여행할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춤 출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Love,

엘레나

0일 1월 2011년

디어, 엘레나,

올레!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나로서는 앞만 보고 나아갈 것입니다. 오로지 3월의 최종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하는 일만 생각할 것입니다.

먼저, 엘라나의 몇가지 문의 사항과 관련하여, 우리, 너무 조급해하지 맙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합니다. 아직 70여일이나 남았으니까요

1) 무대 배경에 댄서의 이미지 투사를 위한 스크린을? 영상을 투사할 수 있는 흰색의 천을 의미하는 지요?

2) 스페인의 그 소리꾼 모렌테에 대한 엘레나의 개인적인 물음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한번 궁리해봅시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나 이외의 어느 누구도 모렌테를 알지 못하니! 이번 방문에서는 단순하고 순수한, 한가지의 모티브- 지난날 마산의 315 의거에서 목숨을 잃은 한 애띤 청년을 기리는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 숙소 문제는 안심하십시요. 한 2틀 밤은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해 둘 것입니다. 그리고 엘레나와 함께 하는, 플라멩코 주제의 워크숍이나 대학 특강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동안 내 앞에 던져진 3월의 숙제를 위해

나는 불가피하게 빈번하게 모임과 술자리를 갖게될 것이요!

고 모렌테에 대한 엘레나의 애통한 마음을 함께

나누면서,

인무

다음날 1월, 2011

인무!

​나와 동행할 수 있는 댄서가 한 사람 있다. 그녀는 일본계 미국인 Mitze 입니다.

그녀는 지난 번 인우가 이 곳 포틀란드에 왔을 때 만났던 바로 그 댄서입니다.!

그리고 인우의 형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출연자 게런티와 관련하여 , 무대 뒷 배경 속의 반주영상으로 가타반주로 기타리스트, 마크의 무대출연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나의 춤의 경우, 마크의 반주가 아닌 ,동영상의 반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무대 뒤 배경의 스크린에 투사된 녹화된 동영상이 넓은 무대를 풍부하게 해 줄 수 있어 좋습니다. 그 곳 공연장은 소규모의 플라멩코 전용무대와는 다르지않습니까.  공간이 넓은 무대는 댄서와 기타리스트, 두 사람 만으로는 좀 빈약하게 보여질 것입니다. 무대 스크린에 투사되는 동영상에는 기타연주, 팔마스, 카혼, 그리고 노래 등이 무대위의 댄서와 조화를 이룰 수 있으므로, 일반 공연장의 무대의 특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우의 생각은요?

love

엘레나


2011, 1월 초

디어, 엘레나!

엘레나 외의 다른 댄서 한 사람을 추가로 초빙하는 문제에 대해,

이 곳의 동료 준비위원들과 의논하겠습니다.

혹시, 그녀가 온다면 그 역할은 무엇인지요?

그녀는 춤과 아울러 팔마스나 칸테도 하는 가요?

그렇다면 엘레나의 아이다어를 수용할 수 있도록 나의 팀원들을 설득하겠습니다.

love

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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