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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란드의 무희a1-2

jhkmsn 2019. 7. 3. 10:17

2.

​ 이보다 몇년 앞선 어느 해에 인우가 LA에 가는 길에 포틀랜드에 들렸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엘레나를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의 그 스튜디오를 미추에 부인에게 넘기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만 해도 인우는 그 말을 그녀에게 자신의 춤을 위한 다른 새로운 계획이 있나보다하고 가볍게 여겼었다.

그 날 저녁은 그들 플라멩코인들이 그들의 특별한 사적 모임인 후에르가를 펼치기로 한 날이기도 하였다.그 후에르가(juerga) 모임은 인우가 온다는 날에 일부러 맞추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미추에가 엘레나 다음으로 이 곳의 새 주인이 되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마련한 모임이었던 것이다. 이 날은 그 플라멩코 스투디오의 새 주인이 되는 미추에를 중심으로 여러 동료들이 모여 술을 나누며 춤과 소리 그리고 기타연주를 펼치기로 한 날이었던 것이다. 플라멩코의 열열한 애호가로서 인우는 자연스럽게 그들만의 특별한 파티에 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여행길에 나설 당시에 인우는 한 여름의 거창국제연극예술제에 자원봉사 통역자로 관여했었다. 그 기간 중에  그는 그 연극제에 초청되는 외국인 공연팀을 위한 통역일을 거들었던 것이다. 그 즈음에 그는 우연히 그 국제 연극제에  플라멩코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게되었다. 즉, 연극제 기간에 맞추어 한 한국인  플라멩코 댄서를 초빙하여 그녀로 하여금  무대에서 플라멩코춤을 시연카 하였던 것이다. 그 날  관객들이 낯선 플라멩코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에 이 점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차에 그는 LA에 가는 길에 겸사 겸사 엘레나가 있는 포틀랜드에도 잠시 들렸던 것이다..그리고 인우의 포틀란드 방문에 맞춰 엘레나는 그녀의 스튜디오에서 특별히 후에르가를 열어 그녀의 제자들과 함께 노래와 소리와 기타연주의 마당을 펼쳤었던 것이다.

그 날 인우는 40대 초로 보이는 일본계 미국인 미추에부인과 록 기타리스트이자 플라멩코 토카오르인 밥을 만났었고 엘레나의 남편 후안도 만났었다. 그리고 그 날은 미추에 부인이 정식으로 그 스튜디오의 새 주인이 되는 날이기도 하였다. 그 때만 해도 엘레나는 댄서로서 당당하고 자신 만만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인우는 엘레나가 춤을 포기하기로 한 게 사실이었음을 좀더 구체적으로 알게되었다. 그렇게 되리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그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었다:그녀의 심경의 변화는 무었때문이었을까? 그런 마음을 전부터 품고 있었던 것인가. 무슨 내적 충격이 있었기에 ? 혹시 보기와는 플라멩코를 두려워했었던 건가?의 플라멩코 춤 이외의 다른 어떤 귀한 것도, 심지어 자신의 아이를 갖는 특별한 은총마저도 버렸다고 하던 그녀였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열정만으로 살아가기가 현실적으로 힘에 부쳐서? 춤에 대한 열정이 언제 그렇게 시들어졌을까? 어쨋거나 내게는 정말 의외였다.

그녀는 이제는 춤을 잊고싶어 대형 마트의 카운터 일자리를 얻어 매일 바쁘게 지난다거나 그리고 부동산 회사의 마케팅 일을 맡아 하게되어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하는 엘레나가 솔직히 딱하게 여겨졌었다. 그 이후로 엘레나와의 교신도 두절되다시피 하였다. 그녀도 나도 특별히 연락할 일이 더 이상 없었던 것이다.처음부터 춤이 관심의 전부였던 둘 사이에 춤 이야기가 아니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애쓴다는 메일에 속으로 놀라워하면서, 인우로서는 아쉬움을 털쳐버리지 못하면서도 이미 그녀의 마음이 그렇게 정해진 것 같기에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었으면 하는 했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춤에 대한 사랑은 한결 같았었다. 플라멩코 춤에 관한 한 어느 댄서도 춤의 우아함이나 힘에 있어서 인우의 느낌에는 그녀를 능가하는 댄서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인우가 스페인 여행 중에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쪽 좁은 골목 한 켠에 숨겨져있는듯한 작은 타블로에 사흘밤이나 드나들며 댄서 후아나(Juana)의 춤에 몰입했었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후아나의 춤은 격렬한 몸뒤틀림이 인상적이었다.패션 모델만큼이나 늘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열기 가득한 좁은 공간 탓이었는지 온 몸에 땀이 배어 나올 정도로 열정적이었다.그녀의 자파테아토(발구름) 역시 그 멈춤과 이어짐의 폭발적인 동작에서 일반적으로 힘이 넘치는는 남성 댄서를 능가하는 것이엇다. 그렇지만 바일라오라로서 그녀는 둔부가 빈약하기에 그 점은 플라멩코의 기본적인 요소인 진정한 에로티시즘의 결핍으로 여겨졌었다.인우는 그녀의 두번째 무대에서 순간적으로 엘레나와 그녀를 비교하기조차했었다.

엘레나의 경우 후아나에 비해 잘 발달된 둔부로 인해 상하체의 조화로운 비례가 두드러렸었다.후아나의 춤이 폭발적인 힘을 품어내는 것이었다면 엘레나의 춤에는 고전적인 우아함이 우세하였다. 그 여행 후 눈에 익게된 그라나다의 댄서 에바 라 예르부에나( Eva La Yerbabuena)를 제외하고는, 그의 눈에는 엘레나의 춤을 능가하는 댄서가 잘 나타나지 않았던 점은 사실이었다.

어쨋거나 엘레나와는 그로부터 몇해 동안은 핸 해가 저물 때 쯤 의례적인 안부 나눔이 거의 전부였고 인우의 마음속에서도 그녀는 점차 흐미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