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9월 1일, 2014
엘레나!
오늘은 엘레나에게 고백할게 하나 있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사실, 그동안 이메일을 보내지 못한 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에서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입을 열게 되었습니다..우리 둘 사이에 몇년간의 긴 침묵이 이어지던 동안 나는 마음으로만 엘레나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엘레나를 공연자로 초청하면서 엘레나의 입장을 고려하지않고 그저 공연비 줄이는데에만 급급한 채 너무 박한 조건을 제시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내 입장만 생각한 채 불쑥 제시한 그 조건에 엘레나는 속으로 당황했으라는 점을 지금에서야 짐작하게 됩니다.설혹 이국적 체험과 예술성 만을 추구하는 자유인이라도 그런 조건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면 기분이 상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댄서로서의 일과에 매일 매일 바쁜엘레나로서는 나의 제안을 처음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지금 짐작해봅니다. 나의 속좁음에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세상일에 서툴러 그저 내 입장만 생각했었던 것이지요. 그 땐 추모공연의 의미를 살리려고 임장료를 무료로 할 계획이었으므로 그저 공연비 절감에만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나를 통해 알게된 한국의 작은 도시 마산에 대한 엘레나의 사랑과 동경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일레나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았던게 결과적으로 엘레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히게되엇구나 싶어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는 그 추모공연에서도 손을 놓았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다 숨진 젊은 용사를 낯선 민족의 플라멩코 춤으로 추모하다니 , 그게 어디 될 법인인가 라는 세간의 비판적 시선에 더 이상 당당하게 그리고 설득력을 가지고 맞설 수없어 그 일에서 손을 놓기로 했던 것입니다.지금은 세상 일과 거리를 둔채 그저 자유인으로 오직 글쓰는 일에만 몰두하고있습니다.
건강한 나날 보내기를!
엘레나!
아래에 헨델의 노래중 이 아리아의 가사를 보냅니다.
이 가사는 자코모 로시가 썼다고 합니다.
엘레나의 지난 날의 고통을 멀리서 느끼며
인우
' 아래'
나를 울게 하소서
내 잔혹한 운명에
그리고 한탄으로
자유를 그리네
슬픔아 부수어라
내 고통의
이 속박을
오직 비탄을 통해서
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
e che sospiri
la libertà.
Il duolo infranga
queste ritorte
de' miei martiri
sol per pietà.
엘레나를 생각하며
마산에서
인우
그는 앞에서 엘레나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마산에서 플라멩코를 주축으로 한 < 315의거 김용실 열사 추모공연>이 3회를 끝으로 안타깝지만 더 이상 이어지지 못한 자신의 내면적 요인을 토로한 바 있었다. 즉, 스페인의 관광상품으로 세인들의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플라멩코춤이 추모공연으로 합당한가 라는 지속적인 비판에 인우 자신도 이제는 논리적으로 맞서 이겨낼 수 없었가에 더 이상 지속시킬 자신감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플라멩코의 본질적 특성인 애통의 요소를 설득력 있게 강조하기엔 그 춤은 현실적으로 그런 본질과는 달리 선정성이 강한 이국적인 춤으로 더 잘 알려져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플라멩코춤이 에로티시즘적 요소가 강한 점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스페인 집시 문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점은 그 예술의 표현성의 일부에 속할 뿐 분질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현대에 이르러 점차 그 춤의 선정적 요소가 점차 강해져 세인들에게는 갑싼 눈요기로 전락해지고 있는 현실을 그 역시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라멩코라고 하면, 세인들은 거의 모두가 스페인의 정열적인 춤으로 알고 있는 게 현실이었던 것이다..그는 공연의 지속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적 설득으로 그에 대한 비판을 3년이나 견디어 내었다. 그는 플라멩코 춤은 소규모 출연진(최소 4-5명)으로 무대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다, 다른 일반화된 다른 공연장르에 비해, 그 독특한 이국정취로 관객의 호기심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했었던 것이다.그렇지만 결국엔 그 추모공연을 3번으로 끝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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