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플라멩코 무희로서 한국의 마산에서 또 한번의 공연 기회가 생기게된 데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않았고 이를 계기로 서로 몇차례의 이메일 주고 받는 동안 엘레나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역할에 대한 견해를 담은 회신을 즉시 이메일에 담아 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 근 열흘이나 아무런 소식을 보내지 않은 것이었다.
관례상 공연을 준비하는 획자외 출연자 사이의 이메일 교신이나 전화 소통이 느닷없이 그렇게 긴 시간 단절되는 경우는 드물고 그것은 정상적인 일은 아닌 것이다. 인우는 막연하나마 조바심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긴 침묵의 의미를 이메일이나 전화로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라, 그저 그녀의 이메일을 초조히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인우가 내심 불한하기 시작했다.
그 때 멀리서 인우 앞으로 예상박의 이메일이 한통 들어왔다. 그것은 엘레나의 것이 아니라, 스페인의 마리사로부터 온 것이었다. 마사가 웬일로? 그녀는 스페인의 헤레스에서 엘레나가 플라엥코 춤을 사사한 플라맹코 댄서로서 이 시점에 그녀로 부터 온 메일인 것이었다. 인우는 예상치못한 마리아의 이메일에 이를 열러 읽어보기 전에 미리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그녀의 그 이메일은 아래와 같다:
2월 중순 시작무렵 , 2011,
헬로, 인우님!
헤레스의 마리사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제가 엘레나를 대신하여 이렇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엘레나가 내게 이메일을 좀 써달리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그녀가 현재 매우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처지에 놓여있음을 내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알기로는, 현재 이런 저런 요인으로 건강 마저 나빠져 한국으로 갈 형편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그녀는 이번 3월의 마산 공연이 댄서로서의 자신에게 너무나 소중한 기회로 여겨 어떻게 해서라도 한국에 가고싶어하였기 때문에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게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지금의 심리상태는 인우님이 진행중인 이번 3월의 공연행사에 참여하기가 힘든 지경에 이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여러가지 고통스러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우님도 들어서 알고있는, 남편과 이혼한 얼마 후 과태말라 소녀의 양녀 입적 계획이 최근에 무산되고부터 심한 상실감에 젖어 왔습니다. 이웃에 살고 있는 그녀의 어머니와도 마음의 갈등으로 등 돌리고 사는 처지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요인으로 최근까지 정신과의 진료를 받아오던 중이었습나 , 그녀를 처음 플라멩코 댄서의 길로 인도한 나로서는 여간 마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내가 안달루시아의 헤레스에서 플라멩코를 가르치고있을 때 그녀는 나의 제자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인우님이 알고있듯이 그녀와 나는 사제지간으로 서로 마음으로 의지하고 도우는 사이입니다.
저는 인우님이 이번 그녀가 처한 상황을 깊은 이해해주었으면 합니다. 만약 그녀가 처한 이런 상황을 인우님이 아량과 배려심을 가져 준다면 그녀는 더없이 고마워 할 것입니다. 그녀는 지금 자신으로 인해 인우님이 처하게 될 난관을 생각하며 잠을 우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지금 친구들의 배려와 사랑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처지입니다.
혹시 당신이 추진하고있는 3월의 포로젝트에 내가 그녀를 대신하여 참여하여 당신을 도울 수는 없겠는지요? 만약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지난 날 플라멩코 지도 강사로 한국을 방문하여 마산에 머물렀던 일을 지금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잇습니다. 저는 플라멩코와 엘레나의 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가진 인무님에게 깊은 우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산 창동의 미미에게 안부를!
마리사
며칠 후 2월 중순, 2011
Dear 인우:
이번에 나는 한국에 나갈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결정은 돈 문제와는 아무른 관련이 없습니다. 현재 나의 정신적 상태 때문입니다. 후안과의 이혼이 주는 ,감당할 수 없는 심리적 충격에서 현재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실감이 이렇게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나.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은 공연 여행이 아니라 심리치료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입원하여 내과와 정신과에서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인우는 지금의 나의 상황을 상상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요즘 매일 심리적 불안을 겪으며 심한 정신쇠약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불면에 시달리는 데다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못하고 신장기능도 매우 나쁘답니다.
I feel that I will embarrass you more by arriving in a weakened state and not being able to function as a person or a bailaora.
I cannot express in words alone how awful I feel and I understand if you never speak with me again. I have been lying to myself that I could find the courage and strength to dance again in public, but I cannot even leave my home without unbelievable anxiety and fear. I have tried to gain the confidence from you, from Maria, from therapy, but I can't find it.
I do not know how to express this any better than this. I am no longer the person you remember. I am a
sad, depressed, scared shell of what I used to be. Between the loss of my daughter and my husband I can barely leave my bed. Many days I do not wish to live.
I have tried to convince myself otherwise. I have spent the past days in agony of this decision. But I cannot physically or mentally do something I am not capable of.
I will always love you, and the people of Korea, and ask for God's forgiveness as well as yours. I do not expect it, I just beg for it.
엘레나
공연의 중심인물인 엘레나게 보낸 뜻밖의 출연취소 통보에 공연날짜가 채 보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인지라 인우로서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이미 진행과정애 들어선 일을 자칫 중단시켜야 할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인우는 이 일을 중단시키기보다 국내에서 엘레나의 대안을 모색하는 방형으로 신속하게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시간을 놓치지않고 급히 서울쪽의 한국인 플라멩코 댄서와 접촉하여 그녀와 함께 새로운 공연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3월 11일 가까스로 공연을 치룰 수 있었다.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과 언론 방송매체의 깊은 관심을 받으면서. 다음은 그 다급한 상황의 진행과정을 보여주는 이메일 교신들이다.
2월 21일, 20 11
나디님!
오늘 월요일 오후,
성수동의 아르테 플라멩코를 방문,
선생님을 만나뵐려고 합니다.
보내드린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선생님에게 출연을 제의하고싶어서입니다.
오후 몇시쯤이 만나기에 편하실런지요?
서울에 오후 2시 이전에 스튜디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오전 10시 이전에 전화를 먼저 드리겠습니다
인무
22일
나디님.
보내주신 이미지들, 기쁘게 보았습니다.
세번째 5587 이미지에 저의 시선이 제일 오래 머물렀습니다.
함께 오실 다른 출연자 두명의 작은 사진도
(안내장 팜프렛에 올릴 사진입니다. 이름과 짧은 약력과 함께)
필요합니다.
음향기사와 관련하여, 정하는 대로 연락드리게 할 것입니다.
공연에서 플라멩코부분은 전적으로
나디님의 창의력에 맡길 것입니다.
그리고 앵콜에 대한 답례로 짧은 춤 하나쯤
준비해두시기를!
아르테 플라멩코 이름이 참 좋습니다.
손녀곁에서,
인무
24일
나디님!
이번 무대의 중심축은 nadyne입니다.
nadyne님의 마음흐름과 직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당하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선택하시기를!
전체적인 콘셉에 대해서는 다른 출연자와 기획팀이
서로 교감을 나누고있으니 프로그램에 관련된 사항은 염려하지마십시요.
아래에 가르시아 로르카의 싯귀 한구절 보내드리며,
jnm
'아래'
Deep song( deep baile) is truly deep,
deeper than all the wells and oceans of the world...
It comes from the first sob and the first kiss.
- Federico Garcia Lorca-
3월 0일, 2011년
nadyne님,
준비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관객 모시는 일 만이 이제
가장 큰 숙제입니다.
a) 음향과 관련하여 말씀해신 ,2m x 1m크기의 합판 준비해 놓을 것입니다.
b)플라멩코 춤 항목의 변경과 관련,
팜프랫과는 다른 세 작품은 아래와 같이 진행자로 하여금 언급케 할 예정입니다.
관객이 알아듣기 쉽게 하고싶어서 입니다. 즉, 진행자가
1과 2항목의 춤을 각각
깊은 춤1(baile jondo) 과
깊은 춤 2(baile jondo)로 소개하고,
3 항목은
빛이 가득한 플라멩코 춤으로 소개할 예정입니다.
혹시, 좀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어휘가 있으면 알려주시기를!
1. 세기리쟈(7:15)
2. echo de menos(그리움)라는 작품(4:53)
3.구아히라 (4:20)
c) 세 출연자님은 11일 공연 당일 날, 1시 전후로 도착하셔서 ,
우리들과 점심을 함께 나누기를 바랍니다. 가능하시겠는지요?
d)공연 후 귀경 차표( ktx 혹은 우등고속버스)는
주최측에서 마련해둘 것이니
출연자가 따로 준비하실 필요가 없읍니다.
그리고 귀경의 경우,
당일 밤 우등버스 편으로 떠나셔도 좋고,
다음 날 아침에 편하게 귀경하셔도 좋습니다.
*우리들은 세분이 당일 밤차로 떠나시기보다
안전한 숙소에서 하룻밤을 머무시기를 권합니다.
방 2개를 마련해 놓겟습니다. *
혹시, 이 외에 ,제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으면
이메일 주시구요.
인무
이 추모 공연은 '3.15의거 김용실열사 추모의 밤'을 타이틀로, 그리고 그 아래 '플라멩코와 Saxo-Guitar Duo'를 서브타이틀로 하여 예정대로 치루어져 예상밖의 성대한 결과를 얻었다. 이 공연에 대한 한 신문사의 기사와 이 프로그램에 담긴 플라멩코의 요지를 아래에 옮긴다:
*경남신문사 기사(3월 8일, 2011년 1면)
타이틀:
'친구 용실아, 먼저 보내 미안했다.
마산고 1학년 2반 친구들,11일 315 아트센터서 김용실 열사 추모공연 마련
"더 늦기 전에 용실이를 위해 뜻있는 일 한번 하자."
기사:
315의거 때 총탄에 맞아 숨진 급우를 생각하며 당신의 친구들이 추모의 무대를 마련한다.......칠순을 앞둔 친구들은 용실이를 먼저 보낸 데 대해 지금까지 부채의식을 갖고 살아왔다. 살아있는 자들의 일종의 죄책감이다.
용실이를 보낸 지 51년,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인우씨는 김종배 전 315기념사업회회장과 추모공연을 구상했다. 활달하고 적극적이던 용실을 그렇게 먼저 보내고 ,그의 죽음이 제대로 알려지지않은 현실이 안따까웠다.........추모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공연내용은 저항과 슬픔, 승화를 담은 집시들의 춤'플라멩코'를 주된 내용으로 잡았다. 무료공연을 위해 친구들이 호주머니를 털었다. 또 뜻있는 분들이 후원과 조언을 아까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공연의 팜프렛에 담긴 플라멩코 요지는 또 이러하얐다:
도취할 수 있는 자 만이 생의 본질을 본다고 한다.
플라멩코 용어 듀엔데가 그 뜻에 어울리는 말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플라멩코 춤과 노래는 포도주와 어울리며 영감의 불꽃 듀엔데를 일으킨다. 원래 플라멩코 독무 솔레아는 자유인 집시들의 굽힐 줄 모르는 저항의 몸짓이며, 또 다른 춤 시규리어는 살아남은 자들의 애통과 흐느낌을 표현한다. 그런 점에서 이 집시의 춤은 한국의 전통춤 살풀이와 그 노래는 판소리에 대비된다.춤꾼의 역동적인 자파테아토, 두 팔의 아취형의 그림같은 율동, 그 검은 시선은 생의 형이상학적 도취, 곧 듀엔데에 이르는 통로이다.
[출처] 포틀랜드의 무희 1-4|작성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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