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날의 세 화가들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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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의 벽촌 아트갤러리, 박춘성의 개인전, 화가 문성환의 내 마음의 노래,
먼 산투루치아, 원근법, 인체비율, 장르,팝아트, 믹스미디아, 사변적 논리,
마티스의 '푸른 누드'
부산 동래의 벽촌 아트 갤러리에서 열린 화가 박춘성의 6번째 개인전의
개막식은 다른 전시회의 그것과는 다르게 오랜 만에 만난 옛 친구들의
흥겨운 회식 자리 같았다. 처음엔 축하 인사말과 그림평으로 시작된
의례적인 행사 모임이 어느 순간부터 원로화가들이 나이를 잊은 채 부르는
시정 넘치는 가곡들과, 지금은 사라진 고향의 아득한 날들을 눈앞에 되살려
놓은 따스한 황토빛 그림들이 잘 어울리는 흥겨운 놀이마당이 되었다.
마산의 문성환 화가가 자신의 축사에 이어 자청하여 부른 이수인의
' 내 마음의 노래'로 분위기를 띄웠고 뒤 이어, 부산 출신의 한 노 화가는
이태리의 가곡 '먼 산타루치아'를 마치 부산항을 떠나 낯선 행해길에 나선
저녁 바다의 선원인것처럼 쓸쓸한 표정까지 지으며 불렀다. 이 날의 주인공
박춘성은 자신의 애창곡인 '보리밭' 열창으로 화답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별히 이 날의 그런 흥겨운 분위기는 그와는 오랜 화우이자 서라벌예대
동문인 윤종학의 깜짝 연출로 이루어졌었던 것이다. 어쨋거나 이날 개막식에서
70을 훨씬 넘긴 원로 화가들이 한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동창회 모임같은
그런 전람회 분위기를 인문은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인문의 눈에는 화가 박춘성은 구수한 이야기꾼이다. 말이나 글이 아닌,
그림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원근법과 인체비율 등 비교적
아케데믹한 구성이 기초를 이루고있는 그의 그림속에는 밝은 황토색
바탕의 화면위로 한가한 시골 마을의 초여름이 익어간다.
선은 부드럽고 풍성하다.
예각을 띤 선이 아니라 둥글 둥굴하게 이어지는 둥근 선이다.
햇빛 풍성한 시골동네를 배경으로 비교적 객관적 실체로 묘사된
인물들과 소, 강아지의 묘한 시선이 담긴 표정 들!
그의 인물들은 알듯 모를 듯한 눈빛으로
우리들의 귀에 뭔가를 소곤거린다.
길이가 짧은 흰 저고리 아래로 반쯤 드러나있는 젖가슴을
곁눈질 하는 느림보 소의 짓궂는 시선이 익살스럽게 그려져있다.
그림 마다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어김없이 눈에 띄었다.
머리에 생선을 이고있는 아낙네,
그녀의 등에 붙은 아이,
초가마당에 담장 밖의 소와 눈맞춤을 하고있는 흰저리의 젊은 아낙, 등
등장인물들 마다 화가가 돋보이게 한 부분은 시선이었다.
심지어,소와 강아지들도 장난기 서린 묘한 시선으로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있었다.
전에 경남신문의 한 기자는 박춘성의 그림세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적이 있었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 없이
가장 편안하고 포근한 채 부담 없이 작품 속에 거닐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박화백의 작품을 맛보면
어떠한 사변적 논리의 전개도 필요없이 작품 그
자체와 작가에 대한 동경을 경험하게 된다.
'좋은 작품'이란 손끝의 기술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총체적 인격의 산물이기 때문에
박화백에 있어 그의 작품은 그와 지극히 닮은꼴이라 할 수 있다.
장르가 파괴되고,팝아트가 등장하고, 믹스미디어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박화백의 화폭에 은근히 깔려 있는 토속적 규율과 질서는
흙내음 뭉클거리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평소 인문이 박춘성의 그림을 통해 막연히 지난날 마산에서 활동하였다는
최영림의 그림들이 연상되었던 그런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었었음을
이날 전시장에서 깨닫게 되었다. 그날 전람회 개막식에서 박춘성이
인사말을 통해 자신이 화가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는 두분 화가 은사님의
영향이 컸다면서 최영림과 이림이 곧 그 분들 이라고 회상하였던 것이다.
이림이 박춘성의 고등학교 시절에 그의 미술교사였고, 평양 출신으로
전란시절이후 한동안 마산에서 작품활동을 하였다는 최영림은
박춘성이 다녔던 서라벌 예대의 미술과 교수였던 것이다. 특히 최영림은
그의 해학적 분위기의 그림들로 인해 인문에게 친숙해진 화가였다. 인문은
최영림이라면, 그 화가의 작품인 '포도밭' (아마 그 제목이 맞을 것이다)
작품과 얼본어 '사루마다(일본어?'가 동시에 떠올라 웃음짓게 하는 화가였다.
그런 익살 가득한 작품들이 실상은 예상밖으로 망향의 절절함으로 살아간
화가의 손에서 그려진 것이었다.
박춘성화가의 개인전 후 어느 평일에 인문이 박춘성과 윤용화백과 창동의
홍화집에서 만났다. 이날엔 두 화가와 격의없은 사이인 정숙 화가도 함께
자리하였다. 지난 1960년대를 전후하여 마산의 창동지역에서 작품활동한
화가들, 이를테면 이림, 최영림, 양달석 등과 친밀한 인연이 있었던 박춘성을
통해 그 화가들의 그림세계를 좀더 가깝게 맛보고 싶어한 자리였다.
창동의 홍화집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경남대의 고정자봉교수와 고허청륭
등이 자주 드나들며 술과 정담을 나누었던 음식점으로 홀에 들어서면
입구의 오른쪽 벽에 걸린 마티스의 '푸른 누드'가 주객들의 눈길을 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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