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동인블루5-2-1

jhkmsn 2017. 1. 9. 08:07

           

           술과 그림


              1.


알렉산더 쿠퍼, 스티브 브래드쇼, 창동의 아웃사이더, '별이 빛나는 밤',

드가, '압상트', 대각선, 자크 프레베르, 불어교재, 모제, '아침식사' ,

알콜 중독자, '마음의 뜰', 색채의 자율성, 현장을 찾는 작가회,


          


반고호의  어떤 그림들은 그가 도취상태에서 본 환상을 포착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저녁의 카페테라스>은 술에 취한 사람의 흐릿한 지각을

연상케 한다.

-알렉산더 쿠퍼-

오팔색의 미광을 발하는 압상트는 내면의 자아를 몰아내버린다.

-스티브 브레드쇼-


 

기타맨 몽씨가 창동에서 보이지않고부터 인문은 그의 기타소리가 더더욱

듣고 싶었다. 그와 창동에서 만날 때 인문은 그의 기타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말할 것도 없이, 값을 톡톡히 지불해야 했었다. 술취한 상태의 주정을 그대로

감수해야한 했을 뿐 아니라, 그와 함께 술집이나 커피숍에 함게 앉아 있으면

인문도 주변으로부터 그와 같은 술주정뱅이로 매도당하기 일쑤였기 탓이다.

술취한 몽씨는 어느 곳에서나 주변을 의식하지않고 큰 소리로 떠들고 제멋대로

(물론 폭력적 몸짓을 하거나 거친 무례함을 범하지는 않았지만) 행동하므로

그 둘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피하가 일쑤였었다.

언제나 기타를 메고 나타나는 그에게 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몸의 한 부분인 것처럼 여겨졌었다. 그는 가족도, 일정한 주거지도 없이

이 여인숙 저 여관 등에서 혼자 숙식하며 지내는, 이른바, 창동의

아웃사이더이었다. 인문은 그가 기타를 치면 그 소리에 빠져들었다.

그가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그의 손가락을 타고 흘러나오는 트레믈로

소리는 그만큼 더 맑고 영롱했었고, 급기야 기타의 맑은 선율은 연주자의

진한 외로움의 표현으로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의 횡설수설과 주정을

참아낼 수 있었다.

그가 보이지 않고부터, 우선은 무엇보다 그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가

걱정이었다. 그는, 정상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정말 내일에 대한 기대도

희망도 없는 노숙자 주정꾼이었기 때문이다. 인문의 눈에는, 그가 때로는

현실에 초연한 보헤미안 예술가로, 때로는 , 집시 낭인으로도 여겨졌었다.

이제는 그를 생각하면 이제는 드가의 그림 '압상트'속의 남여 두 사람이

연상되기 시작하였다. 그림 속 카페의 한 공간에 무표정한 얼굴로 함께

앉아있는 두 인물의 눈빛은 공허로 가득하고 황량하고, 특히 남자의

불그레한 콧등은 그가 중증 알콜중독자로 그려져 있는데, 드가는 어찌하여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아래의 그림이 곧 드가의 '압상트'이다.




서로 고립되어 있는 두 사람을 대각선으로 응시하는 시점이나 중앙에서 벗어난 곳에 인물을 배치하고
그 사이로 전경에 넓게 트인 빈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은 스냅사진과 일본의 채색목판화인 우키요에에서 보는
특이한 각도에 영감을 얻어 드가가 즐겨 사용했던 구성이다. 파이프를 쥐고 있는 남자의 손은 프레임에 의해
잘려나갔는데, 이것 역시 드가 특유의 비전통적인 구도를 보여준다. 또한 전체적으로 어둡지만 빛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내는 색조는 작품을 특별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도록 만든다. 깊이감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명암법 대신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평면화 된 공간이 비스듬히 물러나도록 했다. 실루엣으로 그려진
두 사람의 그림자는 그들에 뒤에 있는 긴 거울에 반영되어 나타나는데, 이것 역시 매우 표현적이다.
미술사적 의의 드가는 압생트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해로운 술의 위험성과 중독의 결과를
묘사하려 했던 것일까? 물론 그들을 술에 취해 방탕하고 저속한 사람들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도덕적인 교훈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드가는 인상주의 화가의 한 사람인 동시에 냉정한 관찰력을 가진
현실주의자였다. 작품은 우연적으로 포착된 한 순간을 보여주며, 우리가 현장에서 이 장면에 참여하여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관음증적인 시선을 내재하고 있다. 드가는 사람들이 카페에서 술을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그 순간의 기억을 분명하게 간직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면서 아름답게 보여지거나
예쁜 그림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드가는 카페생활의 어두운 측면에 주목하였던 것 같다.
작품에는 근대 도시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소외가 담겨있다. 그들은 근대화된 도시의 카페에 앉아 술을 마시며
그들의 외로움과 우울로부터 위안을 찾는다. 실제로 이 그림은 급속한 성장의 단계를 겪은
19세기 후반의 프랑스에서 사회적 고립이 짙어가는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0월 0일

K님!

오는 9월 28일 <현장을 찾는 작가들> 그림전 개막식에서 k님이

여성작가회 회장으로 축하 인사말을 하실거리면서요?

그 회의 회원 한 사람이 제가 귀뜸해주더군요. 저는 k님이

그 그룹전 오신다는 말에 저도 그날 꼭 참석할 예정입니다.

k님에게  꼭 부탁할 일이 하나 있어서요. 그래서 호주머니에

보여드릴 것을 소중히 넣고 말입니다. 프랑스의 시인 자크 프르베르의

시 아침식사(dejeuner du Matin)가 곧 그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최근들어

그 시를 듣고싶어졌는데 김작가님의 목소리로 듣고싶어서 입니다.

제가 한동안 그렇게나 듣기 좋아하던 기타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상황에 불현듯 그 시가 생각났고, k님의 그날 일정을 우연히 전해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창동에서 수시로 만나던 한 기타맨이

소리없이 이곳을 떠나버렸거든요. 그를 만나지 못하고부터 이 시를 꺼내

제 혼자 자주 읽습니다. 쉬운 글이라, 문장속의 단어들의 의미만 알면,

누구라도 그 의미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시 이거든요.


제가 그날 '현찾가' 그림전 오픈식에 김작가님을 만날 겸 참가할 때에는

이 시 ' 아침식사'를 꼭 호주머니에 넣고 갈 것입니다.

좀 엉뚱한 부탁이지만 제게는 이건 좀 진지합니다. 그 시의 소리를 좀

듣고싶지만 창동지역에서 그 시 낭송을 부탁할 분을 만나기란

쉽지않잖습니까?. 불어를 전공한 분도 드물거니와 K님처럼 그림공부를 위해

프랑스에서 유학시절을 보낸 분은 더더욱 드물잖습니까?

게다가 제게 친숙한 화가이시니까요. 지난 날 k님의 개인작품전 

'마음의 뜰' 개막식장에서 작가가 관객들 앞에서 자신의 아득한 날의

순간 순간들을 회상하는 자리에 저도 참석했었지요. 참 듣기 좋았습니다 .

특히 다음의 이런 표현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래 오래전 마음의 베 보자기에 담아 숨겨 두었던,

화사한 5월 뒷동산의 노란 들꽃을, 한 여름밤 초옥 지붕위로 나는

경이의 반딧불을, 12월 송가의 새벽빛 꿈을, 지금은 화가가 된 한 소녀의

손으로 화폭에 심어 일군 그림이 곧 이작품 ' 마음의 뜰'입니다."


저는 k님의 '색채의 자율성'이란 표현이 퍽 신선했습니다. 이를테면,

형태의 도우미였던 색채가 형태보다 더 깊은 영적 울림을 띤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마치 먼여행 중에 체험한, 춤이 그 어떤 말보다

더 정신적이었던 것처럼.

저는 이 시를 난 20대 후반에 불어 교재인 '모제' 교본에서 이 시를

스스로 익혔습니다. 오래전의 일이었지요. 그 시를 처음 읽었을 때 ,

불어를 막 시작한 초급의 수준이었지만, 문장이 쉬워서였던지

참 좋았습니다.

       

'아침식사'

그는 잔에 커피를 부었다.
그는 커피에 우유를 넣었다.
그는 카레오레에 설탕을 넣었다.
그는 작은 스푼으로 커피를 저었고
그는 카페오레를 마셨다.
그리고 그는 내게 말없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는 담배 연기로 동그라미들을 만들었다.
그는 재떨이에 담뱃재를 털었다.
내게 말을 걸지도 않고 나를 보지도 않으며 그는 일어섰다.
그는 머리에 모자를 썼다.
그는 레인코트를 걸쳤다.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그리고 그는 빗속으로 떠났다.
아무런 말도 없이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나는 손에 머리를 파묻었다.
그리고 나는 울었다.

-자크 프레베르-


dejeuner du matin


Il a mis le café
Dans la tasse
Il a mis le lait
Dans la tasse de café
Il a mis le sucre
Dans le café au lait
Avec la petite cuiller
Il a tourné
Il a bu le café au lait
Et il a reposé la tasse
Sans me parler
Il a allumé
Une cigarette
Il a fait des ronds
Avec la fumée
Il a mis les cendres
Dans le cendrier
Sans me parler
Sans me regarder
Il s'est levé
Il a mis
Son chapeau sur sa tête
Il a mis
Son manteau de pluie
Parce qu'il pleuvait
Et il est parti
Sous la pluie
Sans une parole
Sans me regarder
Et moi j'ai pris
Ma tête dans ma main
Et j'ai pleuré.

-Jacques Prev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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