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블 5-화3-2

jhkmsn 2016. 10. 24. 13:59

                 2.


1월 초  어느 평일 오후  해운대의 시립미술관 전시실을 함께 나온 인문과

윤화백은 사상터미날로 향하는 지하철의 노인석에 따로 앉았다. 붐비는

지하철에 노인석에는 진행방향의 좌우쪽에 빈 자리가 하나씩 있어 둘은 서로

떨어져 앉았다. 거기서 사상역까지는 50여분 소요되는 거리인지라 인문은

앉은 후 얼마쯤 부터 눈을 감았다. 한 동안은 역을 확인 할 일도 없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눈길 주기도 어색해 그냥 눈을 감았다.

한참이나 눈을 감고있는 인문의 마음에 10대 후반에 어느 시점부터

앞서 보았던 이중섭의 그림들이 눈앞을 스치기 시작하였다.

'황소' '길 떠나는 가족' '욕지도 풍경' ,'등 유화작품 외에 '소, 새, 게'의 은지화

드로잉 에 뒤를 이어 그의 인물 사진도 나타난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작은

은지화는 담배갑 속의 은박지 표면을 새기거나 긁고 물감을 발라 닦아냄으로써

긁힌 자국에 남은 물감의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어떤 은박지화는

고려시대의 상감청자처럼 푸른 빛 도는 색감이 신비롭기 느껴지기도 하였다.
지난 1950년대 6.25 전쟁기간에 화가가 가족과 이별하고 부산 범일동의

피란민촌에서 힘겨운 피란 생활을 했던 시절의 자취가 담긴 그림들이었다.

이중섭의 대작들을 만날 수 있겠거니 하도 들어선 전시실의 그림들은

우명한 화가의 그림으로서는 예상밖으로 대부분 소품들이었다. 애틋해.

하루 하루 살기가 힘겨웠을 피란민촌의 삶에서 화가인 들 별 수가 있었겠나.

캔버스나 물감 등 그림도구를 장만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겠지.

그나 저나 그림들에 비해 화가의 몸체는 정말 당당하더군. 기품있고 잘 생긴

얼굴이야. 체격도 당당하고. 그런 인물이 나이 40에 무연고자 노숙인으로

거리에서 세상을 떠났다니.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에 보헤미언 작가

잭 케루악이 있었다면,부산 법일동 골목에 보헤미언 화가 이중섭이 있었다.

그런 생각이 퍼뜩 들기고 하였다.
음역이 서면역이라는 안내방송에 잠시 순을 떠  윤화백을 바라 보았다.

그는 손에 쥔 스마트 폰에서 뭔가를 검색하느라 여념이 없는 것 같기에

인문은 한마디 던질려다 그만 입을 다물고 다시 눈을 감았다. 사상 역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몇 십분은 더 달리야 겠기에 감은 눈이 더 편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해믈린의 풍적수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에 읽은

그 이야기는 인문에게는 그 이래 시도 때도 없이 머리에 다시 떠오르곤 했었다.그리고 그가 40대 쯤인가 마네의 그림 <피리보는 소년>을 펼쳐보던 중 느닷없이

그 화가 역시 그 이야기를 읽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그림속 소년의

모습과 그의 손에 든 플르트를 보면 그 이야기를 근거로 그린 그림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감은 눈 앞에 아른거리는 마네의 그림에서 자꾸

그 이야기 속의  풍적수가 연상되엇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 이번에는

코코쇼카의 그림< 음악 마력>이 중첩되어 떠올랐다. 그 그림은 그가  50대에

그린 표현주의적 그림으로 그 그림의 주인공은 나팔수였다. 그림속 인물이

나팔수였으므로 이야기 속에서 피리를 부는 마적수와는 거리가 먼 악기의

소유자였엿지만 그림속의 다른 대상들들, 이를테면 어린아이나 강아지 등이 짓는

놀란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코코쇼카가  그 이야기를 ㅇ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는 생각까지 하게되엇던 적이 잇었던 인문이엇다. 달리는 지하철에서

인문은 감은 눈으로 그 이야기와 그림들을 떠올리고 잇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50대이래 여러 곳을 혼자 돌아다다녔던 일ㄷㄹ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어떻게 그렇게 조심성없이 혼자 나돌아 다닐 수 있었을까

하며 스스로 ㄱ런 일들이 잘 믿기지 앉았다.뉴욕의 타임스퀘어와

그리니치 빌리지를 서성거리던 ㅇ리도 그러하였고, 빠리에서 노트르담 성당과

몽마르트르 주변을 기웃거린 일도 그러하였다. 무엇보다 미국의 포틀란드에서

뉴욕으로의 긴 대륙간 횡단 버스 여행이나 , 스페인의 안달루시아를,

이 호스텔에서 저 호스텔을 전전해 가며 유랑한 것, 그리고 60대에 홀련히 나선

긴 시베리아 철도 여행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어 그  사실이

자신도 잘 믿기지 않았다.

그런 무모한 여행은 혹시 자신의 마음 속에 담겨있던 해물린 이야기가

그를 부추긴 것은 아니었을까? 그는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서 눈을 감은 채

스스로에게 그런 물음을 던져보았다. 그 이야기가 다시 마음에 떠오르자

  얼룩들룩한 옷을 입고 쥐떼를 몰고 다닌 그 마적수는 어떤 인물이었기에,

그리고 그의 ㅍ리소리엔 어떤 마력이 숨어 있었기에, 아이들이 춤 추며

그의 뒤를 따라 강쪽으로 사라졌을까? 그 이야기에는 늘상 그런 물음이

함게 마음에 뒤따라랐다. 그는 악마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삼키는

강물을 건너편 강가에서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을까 등등.....

작가 로버트 브라우닝은 정말 전래의 전설을 그렇게나 맛갈스럽게 쓸 수

있었다니! 해믈린마을 사람들은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그

풍적수에게  한 약속을 내팽개치다가 그 풍적수의 잔인한 보복으로

그 마을의 참된 보물인 손자 어린아이들을 모두 잃게되는 그런 이야기를

생생하고 재미있게.